@짭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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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간단하게 요약하지면 다가갈 땐 메가데레, 다가오면 츤데레, 사고방식은 얀데레 광공. 꼴값 레전드, 성가신 초딩 여자. 히요리 소우라는 캐릭터의 가장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곤란한 타인을 내버려 둘 수 없다.'라고 생각하기에... 소우의 입장에서 가장 내버려 두기 어려운 캐릭터로 드림을 하자! 라고 생각해서 붙인 게 레인입니다.

개인 서사는 풀지 않았지만, 레인은 늘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환경에서 지냈습니다. 자기애가 높은 편이라 힘든 일이 있어도 뭐든지 알아서 하는 나, 독립적인 자신의 모습에 만족도가 높아서 딱히 불평이란 하지 않고 살아왔을 거지만요. 그렇지만 본질은 기댈 곳이 없는 고독한 사람.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도, 애정을 받는 것도,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내켜 하지 않습니다. 장난치거나 어리광 부리는 등, 밝은 모습은 실제 본인 성격이기도 하지만 방어기제에 가깝습니다. 본인은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라는 무의식 속의 어필.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 자신의 싫은 면을 모르는 척하는게 소우랑 닮기도 했네요.

레인이 소우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상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 취향과 같은 다른 요소들도 있지만요. 다정하고 나약하기에 0.0%라는 승률을 가지게 된 소우지만, 게임을 지켜본 레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냥함이야말로, 소우의 진정한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의미에선 존경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소우의 자존감 낮은 모습마저 사랑하는 레인이지만, 동시에 그닥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습니다. 상냥한 네가 좋아. 그리고 나는, 너의 상냥함을 높게 평가했어. 그러니 네가 본인을 깎아내린다면, 그걸 높게 평가한 나도 무시하는 행동이야...<< 대충 이런 사고.

평범하게 만났더라면 소우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겠지만, 여긴 데스 게임의 세계선이니까요. 상냥한 소우를 위해, 네가 살아있는 세계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자신의 현실도, 인연도, 목숨도 모두 포기하고 데스 게임에 참여합니다. 사실상 두 번 죽은 거죠. 레인은 이성적입니다. 소우를 위해서라면 자신은 수단으로 소비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죽음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감정도, 욕망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만 결국 레인도 평범한 인간의 마음을 지닌 존재니까요. 사실은 죽음이 두렵고, 소우에게 나쁜 말을 들으면 상처받습니다. 미움받고 싶지 않겠지만... 오늘도 레인은 자신의 감정을 애써 무시합니다.

소우

방식은 이상하지만, 레인은 소우에게 직관적이고 무한한 애정을 공세합니다. 데스 게임을 포함해서 인생에서 타인의 애정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는 소우는 -칸나가 소우한테 준 것은 신뢰라고 해석하는 편입니다.- 어쩔 수 없이 레인에게 끌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레인이 보여준 애정을 기반으로 한 신뢰는 배반당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정이 거짓된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기에 레인이 정말 싫고, 밉고, 증오스럽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자신의 곁을 떠나지 말았으면. 따위의 생각을 해버리고 마는 것이죠.

소우의 캐릭터성은 생각이 너무 많은 회피형, 자낮 찐따 프리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소우 자체는 데스 게임이라는 위기 요소와 낮은 자존감만 제외하면 정신 건강상 특출난 문제는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 찐따 특유의 음침함과 내향형은 본질적 성향이라 어쩔 수가 없음. 그래서인지 데스 게임만 아니었다면 레인과 좋은 관계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되네요. 처음에는 익숙하지도 않고, 자신이 이렇게 애정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지 의심하겠지만 결국은 그런 생각도 메울 만큼 넘치는 사랑을 주는 레인에게 스며들고 말겠죠.

본론으로 돌아와서, 소우는 레인이 의도적으로 시비 거는 말보다 아무 의도 없는 행동이나 진심에서 분노하는 경우가 잦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인형이 된 자신을 분석하는 레인이 모습이라던가요. 애써 회피하고 있는 사실을 레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함으로써 상기시킵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다, 뒤늦게 죄책감이나 여러 감정이 몰려올 겁니다. 그러나 가장 기분 나쁜 건, 레인은 자신을 지키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점일까요. 정확히는 완벽주의에서 나오는 자기 파괴적 면모를 싫어합니다. 레인에게 지켜지기만 하는 것도 싫고, 레인이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것도 싫습니다. 인형이 되었다고 자신과 선을 그으면서 포기하는 것도 싫습니다. ...아무튼, 여로모로 최악인 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소우는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처음엔,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조건이면서 남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레인에 열등감을 느꼈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비치는 그녀의 애정과 함께, 나약한 면이 보입니다. 어쩐지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해버려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모습 뒤로 흔들리는 그녀가 계속해서 신경 쓰입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지, 자신이 못된 말을 내뱉으면 곧장 상처받은 표정을 지으면서, 계속 자신의 곁에 있어주는지…

그 이후의 이후 이야기